저편의 시체와 사체의 무덤 위로 까마귀 떼가 날아들었다. 파 먹히고 있었다. 나의 육신과 정신도 파 먹히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에게 그런 후회가 날아들 때도 있었으나 이 모든 것이 어디 자신을 위해서였던가. 나의 나라 고려를, 또 그 나라의 신. 주군을 위해서였다.
고민할 것 없었다. 그는 피로 만들어진 신이니까. 그저 베어내고 베어내고 또 베어내면 그만인 일이었다. 마른하늘 위로 번개가 내리쳤다. 번개의 섬광 아래 거란의 깃발은 불타고 고려의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백성들은 그를 신神이라고 불렀다.
시뻘건 피를 뒤집어쓴 채 푸르게 안광을 빛내며 적들을 베는 그는 문자 그대로의 무신武神이었으나, 자신이 지키던 주군의 칼날에 죽었다.
" 검을 뽑으면 무로 돌아가 평안하리라. "
지독히 낭만적인 저주였다. 영웅으로 살다 역적으로 죽어가던 김신에게 천상의 존재는 상인지 벌인지 모를 늙지도 죽지도 않는 생을 주었고 그로부터 900년이 넘도록 심장에 검을 꽂은 채 죽은것도, 산 것도 아니게 존재했다. 그의 몸뚱이는 허망으로 가득찼다. 나가떨어진 간신들이며 대군이며 다 무슨 소용일까. 대답해야 할 왕은 고작 족자 하나 품은 뒤 검은 물을 들이켰고, 사랑하는 제 피붙이들은 저와 함께 죽은 지 오래였다.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었다. 그는 시종의 아이를 데리고 망망대해를 건넜다. 이국으로, 그를 기억하는 이가 없는 것이 당연한 땅으로 떠났다. 희로애락이 모두 있다고 여겼으나 이제는 그 무엇도 남지 않은 땅에는 다시 돌아오지 않으리라 여기며.
朝鮮 - 조선
"그렇게 환하게 뜨거웠다, 지려하오. 불꽃으로."
고향을 떠났던 그가 다시금 세간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조선 철종 12년, 신유년辛酉年 즈음이었다. 돌아온 조선은 많은 것이 변해있었다. 다만 불안정했고, 그것은 여전히 제 소관이 아니라 외면했다. 무엇보다 불안정한 것은 자신이었으니까.
인간 아닌 돗가비가 인적 드문 산을 차지하고 궐집을 짓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바란다면 이 땅 모든 곳이 제 집이었으나 그리 하지 않았다. 산의 짐승들은 때때로 그의 마당에 들어와 무리 지어 있기도, 담소를 나누기도 하였다. 깊은 수마에서 깨어날 때면 저잣거리로 내려가 하릴없이 걸었고, 멀쩡한 음식도 제대로 삼키지 못할 때가 많았으며 오랜 불면으로 날카로워진 신경과 들끓는 변덕은 그를 지치게 하기에 너무나도 충분했다.
의미없는 날들의 연속이던 조선 말 -격변의 시대. 한 때 누이와 닮았다 여겼던 곧은 눈의 아이와 다시 한 번 마주친다. 어두운 골목 가는 길을 막아선 인영에게 긴장으로 굳은 목소리가 누구시냐 물으면, " 그저, 지나가는 어느 수호신이오. "
守護神. 여느 때처럼 답한 도깨비가 앞을 바라본다. 많이 컸구나. 잘게 날리는 도포자락, 어둑한 밤길을 비추는 청명한 녹빛에 멍한 표정을 짓던 애신이 그제서야 깨달았다. 이토록 눈부신 빛을 본 적 있다고.
불꽃과 양지꽃, 설중매, 별... 온통 무용한 것 투성이다. 그는 선택해야만 했다. 할 수 있었으나 할 수 없었다. 핏물 섞인 바람이 불었고, 아. 다시 혼자다. 죽지 못한 육신에서 썩은 내가 난다. 곪고 짓무른 혈흔이 사방으로 퍼져 결국 눈을 감아야만 했다.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삶이다.
韓國 - 한국
"그런 허락같은 핑계가 생겼으면 좋겠어. 그 핑계로 내가 계속 살아있으면 좋겠어. 너와 같이."
" 그간 편안하였느냐. "
함께 고려를 떠나왔던 어린 손자의 손자의 손자를 묻었다.
이 삶이 상이라 생각한 적도 있었으나, 결국 나의 생은 벌이었다. 캐나다의 땅에 한자로 적힌 묘비는 무척 이질적이었다. 유서원, 유문수... 그는 묘비에 적힌 글자들을 훑었다.
" 자네들도 무고한가. 나는 여태 이렇게 살아 있고, 편안하지 못하였네. "
세월은 계속 흘러 조선이 변했듯 이곳도 변했다. 변하지 않고 그대로 살아 있는 건 자신뿐이었다. 생의 기억을 고스란히 가진 채로 산다는 건 지옥을 살고 있는 것과 같았다. 지옥의 한가운데였다.
시계가 째깍째깍 돌아간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은탁의 앞이었다. 선의 앞이었고, 여의 앞이었다. 덕화의 앞이기도 했다. 그는 여전히 불멸을 살고 있었으며 어떠한 죽음도 잊히지 않았다. 죽고 싶게 괴로운 날은 은탁의 환심을 샀다가 아직 죽긴 이르다 싶은 날은 멀리 했다가 하루에도 열 두 번씩 마음이 오락가락 했다.
이 생은 결국 벌이다. 아무도 제 가슴팍에 꽂힌 검을 뽑지 못할것이다.
하지만 도깨비 신부인 은탁을 보낸 게 신이라면 정말로 사랑받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고, 도깨비는 처음으로 생각했다. 볼 위에 닿았던 손가락이 따뜻했다. 이런 위로는 처음이어서 도깨비는 시간을 느릿하게 흘려보냈다. 흘러가는 시간을 손에 잡을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천 년 가까운 생이 모두 쓸쓸했고 이 순간도 그러했지만, 또한 이 순간 만큼은 쓸쓸하고도 찬란하였다.
어디에도 갈 수 있다는 말은, 어디에도 머물 수 없다는 말과 같음이라
오래도록 오지 않을 누군갈 기다린다.
現在 - 현재
"언제는 유종신, 또 언젠가는 유재신, 지금은 유신재. 진짜 이름은 김신."
*호텔, 무역, 선박, 정유, 건설, 가구, 경호업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 천우그룹 전체의 실 소유주
대외적으론 자신의 가신인 유씨가문의 후손들에게 경영권을 위임한 상태로 유신재의 이름으로 CEO / 대표직을 하나씩 가지고 있습니다.
*불멸不滅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도깨비 신부로서의 삶을 마치고 환생한 지은탁이 존재하는 세계관을 기본으로 삼기에 천년을 넘게 살았습니다.
939살의 도깨비는 아니나, 당신이 원한다면 언제든 그 때 그 시절의 김신. *구면지향. 수월히 이어갈 수 있는 역극에 한해 초면 대화를 받습니다. 형식적인 첫 인사를 지양하며, 이 경우 스루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대화의 끝엔 가능한 마음을 두며 멘션의 경우 대화가 자주 끊길 수 있습니다. 길게 이어지는 대화를 원하신다면 1:1대화로 찾아와 주세요 *대부분 수호신으로써 팔로워들을 살피며 당신도 기억하지 못하는 연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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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플러팅 다수 높은 수위의 역극은 필요 시
세이프워드를 지정하고 있습니다.
단, 절대 동의 없는 강압적인 플레이는
하지 않습니다. 강간은 섹스가 아닙니다.
드림 성향이 존재하나 일반계정의 팔로워와는 일상적인 스킨십 이상의 수위로 넘어가지 않습니다. 혹여나 개인의 선을 넘을 시 언급 바랍니다.
연인페어 문의 X 극심한 자기혐오를 기반으로 한 본 봇은
연인페어 문의를 받지도, 신청하지도 않습니다.
모든 팔로워 분들과 1:1 세계관을 기반으로
연인 관계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관계를 만들어 나가며
다른 팔로워 분과의 관계에 간섭하실 수 없는 드림설정이 가미되어
각기 다른 감정과 느낌으로 여러 사람, 존재를 사랑합니다.
빠져들 만큼깊되 봇주와 봇을 분리하여 가볍게 즐겨주세요. 오로지 역극 내 1:1 서사에서의 집착만 허용합니다.
단, 관계를 정리하고 후일 연인 간의 사랑과 같은 관계를 기반으로 하지 않는 일상적인 대화만을 나누고 싶어지신다면 서로 간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어떤 형태이든 무례하지 않은 방식으로빠르게 언질 부탁드립니다.
*연인페어를 제외한 다양한 문의는 늘 받고 있습니다.
[ 소설&tvn 드라마 '도깨비'는 청소년과 성인의 로맨스를 포함한 전개이며 주연배우 두 분의 나이차 또한 커 현실의 대중들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소비를 조장한 작품입니다. 본 비공식 수동 봇은 그러한 설정을 배제하고 구동되나, 원작의 문제점을 확실히 인지하니 이를 감안하고 따름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PAIR
愛
불꽃 - 고애신
"오랜 염원을 담아 같은 길로 한 걸음 더"
당신께 내어드리는 것이면
그 무엇도 아깝지 않으니
욕심 내는 만큼 다 주겠노라.
서투르고 못난 돗가비의,
수호신의 곁에 남아 살겠다고.
환하게 타오를 불꽃으로.
부디 달고 따뜻한 꿈만.
@ignicixn
花
양지꽃 - 이양화
"이 글로리를, 저를 잊지 말아 주세요"
비록 양지꽃의 이름으로 살아가나,
내게는 물망초로 머물고 싶다는
너를 어찌 잊을 수 있을까.
마모된 천년의 세월
그럼에도 곁에 남을 양지꽃.
더는 울지도, 물지도
뺏기지도 말라고.
@lxurixr
空白
다생지연 - 多生之緣
전세前世로부터 여러 번 윤회하는 사이에 맺는 인연.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
2017. 05. 05. 구동 시작, 에버노트 게시 2018. 07. 29. 운영 재정비 2019. 09. 16. 크리에이터 링크 게시